박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비자금 덕에 땅부자가 된 것일까.
7월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수 조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박회장에 대해 추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강남. 기본 평당 1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기이한 풍경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남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황량한 모습으로 비어있는 건물들. 한두군데가 아니다. 제법 높은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고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끊긴 듯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있는 상가도 있다. 이 건물들에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확인 결과 박회장이 소유한 건물은 강남에만 무려 16채였다. 이름 석자 외에는 알려진게 없어 강남에서는 그의 땅과 건물을 들고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원소유자가 이후락, 박정희 등이라는 것. 건물과 땅을 비워둔채 은둔자처럼 사는건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다. 박회장을 둘러싼 소문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 건물의 진짜 주인을 밝힐 수 없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어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박회장은 여느 부자들과는 매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에 내로라 하는 부자들이 부자가 된 방법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회장은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이름을 모르고 그가 어떻게 땅과 건물을 소유하게 됐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와 일한 사람들은 그의 땅이 자신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박회장의 건물과 땅을 분석해봤다. 삼성동 건물을 본 심교언 교수는 "여긴 비워둘 수 없는 땅이다. 이런 땅들은 놀고 있는게 불가능하다. 평당 1억을 해도 구하기 쉽지 않을거다. 200억까지 갈거다. 건물을 지으면 훨씬 올라간다. 임대수익이 나온다 하면 (한 해) 수십억이 나올 것 같다. 놔둘수록 평당 5억까지도 갈 수 있다. 어마어마한 땅이다"고 말했다. 조금 안쪽에 있는 땅과 건물에 대해서도 "이것보다 높게 지을 수 있다. 이것도 한달에 800~1000만원 정도 월수익이 나올거다. 이걸 놔둔건 나도 이해가 안간다. 재산세만 해도 엄청 낭로거다
박회장의 대치동 건물들도 상당수 대로변에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건물에는 '매매없음. 사기주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학원가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누구나 입성을 꿈꾸는 대치동이다. 비워두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곳은 20년째 공사하다 중단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대치동 노른자 땅이다. 심교언 교수는 "정상적으로 사고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하다. 땅과 현재 건물이 소유주의 지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거다. 시장논리, 시장의 일반 상식과 부합되는 바가 없다. 특이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1년에 수백억을 그냥 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부동산 자산과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계산했다. 박회장이 땅과 건물을 다 채울 경우, 모두 임대를 준다면 연간 최대 420억원에서 최대 700억을 얻을 수 있다. 박회장은 현재 16채 중 5채만 임대를 주고 있고 47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박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건물을 비워두는 것이 세금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회장의 지인들은 "박회장은 세금내는걸 도둑맞는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들어올 돈 100억보다 내 통장에 있는 천원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를 증명하듯 그의 재산에는 세금과 관련된 압류가 빼곡하다. 그는 1조원대 자산가임에도 자잘한 체납도 많았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소송도 불사했다. 대부분 패소를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을 찾아가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박회장의 아들과 그의 동생만 나타났다. 집에 찾아가 만남을 요청했다. 찾아간 집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집에는 CCTV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미 일반 가정집 치고 많은 CCTV를 설치된 상태였다. 동네 주민은 CCTV가 원래 없었다고 밝혔다. 박회장에 대한 제보를 낼 즈음부터 전에 없었던 CCTV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행방이 묘연했다고 한다. 박회장의 집은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해 보였다.
주민은 박회장에 대해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이라는 소문과 어울리지 않는 박회장의 모습은 집에서 뿐만이 아니다. 박회장 건물에 세입자로 있었던 사람들은 "정수기가 없었다. 컵을 들고 내려왔다. 정수기 월 임대료 2만원도 내기 싫다고 했다", "칼국수 하나에 5천원이다. 직원 둘이 가서 칼국수 하나에 공깃밥 시켜 둘이 나눠 먹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희안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할 때는 스스로 짐을 날랐다고 한다. 이삿짐센터를 부르면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자식들과 만원 가량의 적은 돈으로 다투는 모습을 목격한 이도 많았다.
엄청난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극단적일 만큼 절약을 추구했다는 박회장. 그의 모습을 보고 강남일대에 떠돌기 시작한 소문이 있다. 자기 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그 앞에는 박지만이 지은 건물이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 아들. 그정도까지만 하자", "박정희 땅이라는 둥 이후락 정보부장이 명의신탁을 해놨다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는데 헛소문인지 알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명의신탁이 완전 없어졌다 보기 어렵다. 실명제로 바뀌었지만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채권 담보, 차용증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타인의 이름으로 땅을 산 뒤 땅 가치보다 높은 금액의 차용증을 받아두면 마음대로 땅을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박회장의 과거 동업자는 "2004년 '내가 함부로 팔 수 있는 땅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토지 문서 전문가는 "보다보니 놀랄는게 생긴다. 원소유자가 애초에 나라다. 옛날에 창덕궁이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나라 땅을 어떻게 소유하게 된걸까.
1970년대부터 그가 구입한 땅은 당시 돈으로 1억5,000만원 어치, 지금 돈으로 약 4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출 업이 이런 거액의 땅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게다가 당시 박회장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박회장에 대해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 운전기사였다", "자기가 안기부에 있었다 자랑도 하고", "부산지검에서 광주지검으로 발령났는데 청와대 누구 비서로 들어갔다 하더라" 등 소문을 들려줬다. 박회장 지인은 "높은 사람과 일한건 맞다. 청와대에 들락날락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70년대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정확한 직업은 모르지만 박회장 사무실은 기억하고 있어다는 그는 "책상만 두어개 있었다"고 말했다. 박회장 사무실은 광화문 근처에 있었다. 박회장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광화문 박'이라 불렀다고 한다.
박회장이 전설적인 사채업자라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도선사를 해서 종잣돈으로 건물을 모아 부자가 됐다더라", "고위직에 있고 힘 좀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로또 맞아서 싼 땅이라 했다"고 말했다. 박회장의 과거 직업은 물론 땅값을 번 과정까지, 주변인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생만 다섯명인 박회장의 형제들을 찾아갔다. 한 동생은 박회장에 대해 "돈 없다. 도둑놈이라 보면 된다. 사채업도 했다. 돈이 생겨서 정치인과도 친했다. 다 죽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동생이 사는 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집을 비운지 오래였다. 몇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통화를 했다. 동생은 "우리 형님을 40년 모셨다. 모든 비밀을 다 안다. 형 따라다니면서 무고죄로, 명예훼손죄로 잡아넣는것도 봤다. 돈으로 밀어버리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1970년 당시 박회장과 일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남의 것 다 뺏어서 도둑질한거다. 제대로 번 것은 하나도 없다. 이름을 다 가짜로 고친거다. 연도를 살짝살짝 고쳐서 헤쳐먹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회장이 주로 한 일은 땅문서를 위조하는 것이었다는 주장이었다. 박회장의 사무실 토지 문서에는 다른 이의 이름도 있었다. 모 고서박물관 관장이었던 조모씨였다. 조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 그의 아들을 찾았지만 만남을 거절했다.
토지 전문가는 "이 최초의 등기가 의심스럽다. '국'이라고 되어있어야 한다. 한자로 '국'자만 있어야 한다. '나라'라고 쓴거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고 말했다. 과거 나라땅이었다가 지금 박회장의 땅이 된 문서에 당시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서와 다르게 표현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토지 전문가는 "등기부가 없던 땅이다. 남의 조상 땅을 찾아주는 일을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이) 70, 71년에 서울에 있는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회장의 땅 역시 그 당시 구입한 것이다.
70년대 당시 강남은 지금과 달리 허허벌판이었다. 손정목 교수는 '서울도시계획 이야기'를 통해 당시 강남 땅 개발에 대해 기록했다. 이 저서에 박회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박회장의 이름은 서울시 윤과장이 사용했던 차명 중 하나였다. 강남 개발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 사이에서 윤진우라는 사람은 유명하다. 서울시 도시계획 과장이었던 윤진우는 강남 유망한 땅을 사들이고 되팔면서 차익을 경호실에 바쳤다. 71년 그 돈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대선을 치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땅을 이용해 조직적인 투기가 있었다는 것. 그 비밀을 처음 공개한 이가 윤과장과 근무했던 손정목 교수이다.
박회장과 윤과장은 어떤 관계였을까. 전 박회장 동업자는 "문서 봐주고 암암리에 코를 끼웠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개인의 명의로 어느 정도 이상의 땅을 살 수 없다는 법 때문에 타인의 명의로 땅을 샀다는 윤과장. 그는 올해 초 고인이 됐다. 윤과장을 생전 인터뷰한 기자로부터 입수한 녹취에서 윤과장은 "농지개혁법에 걸리니까 남한테 이름을 빌려야 되는데 나중에는 박 누구..."라고 말했다. 기자는 "윤과장은 손 교수 책의 진위 내용에 대해 거의 다 수긍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당시 윤과장이 정치자금을 위해 사고판 땅을 어떻게 박회장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배후가 있었을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발계획과 땅 매입을 주도할만할 배후의 인물은 누구일까. 제보자는 "(박회장이) 내무부장관 했던 박경원씨 비서를 따라다니면서 운전기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경원 전 내무부장관은 박정희 정권 실세였다. 강남개발계획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 비자금 마련에도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박경원 전 장관 부인은 박회장에 대해 "오죽하면 고소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경원 전 장관이 땅 때문에 박회장과 법정다툼까지 했다는 것. 실제로 박회장 등기에는 1991년 박경원 전 장관이 가처분을 신청한 기록이 있다. 박경원 전 장관의 아들은 과거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회장이 집에 많이 드나들었다. 아버지 땅을 매입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비자금으로 조성해놓은 땅이 있는데 박회장 이름으로 되어있다. 우리 땅인데 이 사람이 준다 하면서 안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 및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 되면서 박 전 장관이 신청한 가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 땅 역시 비자금 마련을 위해 사고 판 땅 중 하나였을까.
정리하자면, 윤과장이 땅 투기로 정치자금을 조성할 당시 그 배후에 박경원 장관이있었고 윤과장은 그의 심부름꾼인 박회장 명의로 땅를 사뒀다. 박회장 명의로 숨겨뒀지만 이후 금융실명제가 시작되며 박회장이 그것이 자신의 땅이라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관련자들이 모두 사망하며 끝까지 살아남은 박회장이 최종 혜택을 누리게 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박회장 지인들은 "금융실명제 때문에 내가 이겼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몇조나 되는 국가재산을 운전기사였던 사람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박회장 사위가 지방에서 한 병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병원을 찾았고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 병원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박회장의 답장을 기다리던 제작진에게 제보가 도착했다. 박회장이 병원에 있다는 것. 사흘의 기다림 끝에 해당 병실을 찾아갔다. 8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백발의 남성, 박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박호장 토지에 관한 문서 속 위조의 흔적, 서울시 윤과장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쓴 손교수의 책, 박 전 장관 아들의 증언이 담긴 음성 파일. 박회장의 강남 땅이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게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이 땅투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박회장의 땅은 그 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윤과장이 땅을 매입할 시기가 70년 2월부터 71년 5월 사이. 박회장 역시 14채를 이 사이에 매입했다. 자신의 땅이 아니기 때문에 팔지도 임대도 주지 않는다는 의혹에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난 박회장은 자신이 박회장이 아니라고 부인하더니 이내 미리 보냈던 서면 질문지를 이미 읽어본듯 답을 속사포처럼 내놓았다. 그러나 증거를 보여달라 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박회장은 "법에 위반되면 고발할거다. 나도 당초에 SBS 주주다. 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물을 비워둔 이유에 대해 "세입자가 마땅치 않다. 세를 주면 나쁜 짓만 한다"고 말했다.
과거 박회장의 건물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은 "재계약 할 때 쯤 뜬금없이 월세를 올려달라도 아니가 '나가'라고 했다"며 일방적으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나간지 3년이 넘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도 있었다.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소송은 엄두가 안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와 소송경험이 있는 이들은 "변호사를 엄청 센 사람들을 고용한다", "소송을 170건을 했는데 하나도 진게 없다"고 말했다. 세입자들과 주종관계로 있었다는 하소연도 많았다.
그의 말대로 마땅한 세입자가 없다면 매매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박회장은 계약 성사 직전에 계약 조건을 바꾸곤 했다고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그의 태도. 전문가들은 양도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 한다. 부동산을 팔 때 얻게 되는 매매 차익에 붙는 세금으로 수익의 4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아 압류가 걸리고 소송도 불사하는 그의 태도를 볼 때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뭐 이렇게 많은 부동산이 있어?' 하고 소득에 대한 조사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세금보다 자기 정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위험이 노출될까봐 괜히 자금을 자꾸 오고 가게 하지 말자는 것 같다. 차명관리인으로 볼거냐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볼거냐. 혼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회장은 신문에 종토세 순위가 공개되고 땅부자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 당시부터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건물을 비우기 시작했다. 박회장의 과거 동료는 "당황한거다. 매스컴에 툭하면 나오니까 이 양반이 비워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위 시선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한편 박회장은 "내 재산을 두고 부러진 의혹은 나와 소송중인 자들이 퍼뜨리는 악의적 소문이다. 내 부동산은 필요에 의해 매입했고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박경원 장관과 소송한 기억이 없고 윤과장은 일면식도 없다. 문서 위조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7월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수 조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박회장에 대해 추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강남. 기본 평당 1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기이한 풍경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남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황량한 모습으로 비어있는 건물들. 한두군데가 아니다. 제법 높은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고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끊긴 듯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있는 상가도 있다. 이 건물들에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부동산 중개인은 건물 중 상당수가 15년 이상 비어있었다고 밝혔다. 중개인은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많다', "임대만 넣으면 조금 비싸도 들어오려는 사람 많을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중 한 곳은 과거 '내 이름은 김삼순' 속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른 건물들도 대로변에 위치에 상가로 최적의 요건이지만 건물주가 일부러 비워둔다는 것이다. 보유세만 내고 임대를 주지 않는 그는 누구일까.
한 부동산 중개인은 "그건 박XX씨 건물이다. 그건 꿈도 꾸지마라"고 말했다. 인근 상가 주인은 "전부 한 주인이다"고 말했다. 비어있는 건물의 주인이 모두 같다는 것. 확인해보니 건물 11채와 땅 주인은 박씨 성을 가진 한 남성이었다. 게다가 구입시기는 모두 1970년대 초반이었다. 50년 가까이 그가 이 땅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했다.
소문만 무성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세상에 알려진건 90년대 초이다. 종합토지세를 많이 내는 땅부자 순위에서 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보다 높은 1위를 기록했다. 종토세 발표가 중단되며 박회장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2년 전 그를 취재한 기자가 있었다. 정성문 기자는 "구전 동요처럼 강남의 3대 부자라는 말이 있다. 그 중 가장 베일에 사인 인물이었다. 베일에 싸인 땅부자"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찾아가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기사를 시작했는데 끝은 못 낸거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그건 박XX씨 건물이다. 그건 꿈도 꾸지마라"고 말했다. 인근 상가 주인은 "전부 한 주인이다"고 말했다. 비어있는 건물의 주인이 모두 같다는 것. 확인해보니 건물 11채와 땅 주인은 박씨 성을 가진 한 남성이었다. 게다가 구입시기는 모두 1970년대 초반이었다. 50년 가까이 그가 이 땅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했다.
소문만 무성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세상에 알려진건 90년대 초이다. 종합토지세를 많이 내는 땅부자 순위에서 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보다 높은 1위를 기록했다. 종토세 발표가 중단되며 박회장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2년 전 그를 취재한 기자가 있었다. 정성문 기자는 "구전 동요처럼 강남의 3대 부자라는 말이 있다. 그 중 가장 베일에 사인 인물이었다. 베일에 싸인 땅부자"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찾아가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기사를 시작했는데 끝은 못 낸거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박회장이 소유한 건물은 강남에만 무려 16채였다. 이름 석자 외에는 알려진게 없어 강남에서는 그의 땅과 건물을 들고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원소유자가 이후락, 박정희 등이라는 것. 건물과 땅을 비워둔채 은둔자처럼 사는건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다. 박회장을 둘러싼 소문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 건물의 진짜 주인을 밝힐 수 없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어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박회장은 여느 부자들과는 매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에 내로라 하는 부자들이 부자가 된 방법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회장은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이름을 모르고 그가 어떻게 땅과 건물을 소유하게 됐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와 일한 사람들은 그의 땅이 자신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박회장의 건물과 땅을 분석해봤다. 삼성동 건물을 본 심교언 교수는 "여긴 비워둘 수 없는 땅이다. 이런 땅들은 놀고 있는게 불가능하다. 평당 1억을 해도 구하기 쉽지 않을거다. 200억까지 갈거다. 건물을 지으면 훨씬 올라간다. 임대수익이 나온다 하면 (한 해) 수십억이 나올 것 같다. 놔둘수록 평당 5억까지도 갈 수 있다. 어마어마한 땅이다"고 말했다. 조금 안쪽에 있는 땅과 건물에 대해서도 "이것보다 높게 지을 수 있다. 이것도 한달에 800~1000만원 정도 월수익이 나올거다. 이걸 놔둔건 나도 이해가 안간다. 재산세만 해도 엄청 낭로거다
박회장의 대치동 건물들도 상당수 대로변에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건물에는 '매매없음. 사기주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학원가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누구나 입성을 꿈꾸는 대치동이다. 비워두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곳은 20년째 공사하다 중단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대치동 노른자 땅이다. 심교언 교수는 "정상적으로 사고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하다. 땅과 현재 건물이 소유주의 지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거다. 시장논리, 시장의 일반 상식과 부합되는 바가 없다. 특이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1년에 수백억을 그냥 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부동산 자산과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계산했다. 박회장이 땅과 건물을 다 채울 경우, 모두 임대를 준다면 연간 최대 420억원에서 최대 700억을 얻을 수 있다. 박회장은 현재 16채 중 5채만 임대를 주고 있고 47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박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건물을 비워두는 것이 세금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회장의 지인들은 "박회장은 세금내는걸 도둑맞는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들어올 돈 100억보다 내 통장에 있는 천원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를 증명하듯 그의 재산에는 세금과 관련된 압류가 빼곡하다. 그는 1조원대 자산가임에도 자잘한 체납도 많았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소송도 불사했다. 대부분 패소를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을 찾아가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박회장의 아들과 그의 동생만 나타났다. 집에 찾아가 만남을 요청했다. 찾아간 집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집에는 CCTV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미 일반 가정집 치고 많은 CCTV를 설치된 상태였다. 동네 주민은 CCTV가 원래 없었다고 밝혔다. 박회장에 대한 제보를 낼 즈음부터 전에 없었던 CCTV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행방이 묘연했다고 한다. 박회장의 집은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해 보였다.
주민은 박회장에 대해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이라는 소문과 어울리지 않는 박회장의 모습은 집에서 뿐만이 아니다. 박회장 건물에 세입자로 있었던 사람들은 "정수기가 없었다. 컵을 들고 내려왔다. 정수기 월 임대료 2만원도 내기 싫다고 했다", "칼국수 하나에 5천원이다. 직원 둘이 가서 칼국수 하나에 공깃밥 시켜 둘이 나눠 먹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희안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할 때는 스스로 짐을 날랐다고 한다. 이삿짐센터를 부르면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자식들과 만원 가량의 적은 돈으로 다투는 모습을 목격한 이도 많았다.
엄청난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극단적일 만큼 절약을 추구했다는 박회장. 그의 모습을 보고 강남일대에 떠돌기 시작한 소문이 있다. 자기 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그 앞에는 박지만이 지은 건물이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 아들. 그정도까지만 하자", "박정희 땅이라는 둥 이후락 정보부장이 명의신탁을 해놨다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는데 헛소문인지 알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명의신탁이 완전 없어졌다 보기 어렵다. 실명제로 바뀌었지만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채권 담보, 차용증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타인의 이름으로 땅을 산 뒤 땅 가치보다 높은 금액의 차용증을 받아두면 마음대로 땅을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박회장의 과거 동업자는 "2004년 '내가 함부로 팔 수 있는 땅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토지 문서 전문가는 "보다보니 놀랄는게 생긴다. 원소유자가 애초에 나라다. 옛날에 창덕궁이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나라 땅을 어떻게 소유하게 된걸까.
1970년대부터 그가 구입한 땅은 당시 돈으로 1억5,000만원 어치, 지금 돈으로 약 4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출 업이 이런 거액의 땅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게다가 당시 박회장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박회장에 대해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 운전기사였다", "자기가 안기부에 있었다 자랑도 하고", "부산지검에서 광주지검으로 발령났는데 청와대 누구 비서로 들어갔다 하더라" 등 소문을 들려줬다. 박회장 지인은 "높은 사람과 일한건 맞다. 청와대에 들락날락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70년대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정확한 직업은 모르지만 박회장 사무실은 기억하고 있어다는 그는 "책상만 두어개 있었다"고 말했다. 박회장 사무실은 광화문 근처에 있었다. 박회장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광화문 박'이라 불렀다고 한다.
박회장이 전설적인 사채업자라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도선사를 해서 종잣돈으로 건물을 모아 부자가 됐다더라", "고위직에 있고 힘 좀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로또 맞아서 싼 땅이라 했다"고 말했다. 박회장의 과거 직업은 물론 땅값을 번 과정까지, 주변인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생만 다섯명인 박회장의 형제들을 찾아갔다. 한 동생은 박회장에 대해 "돈 없다. 도둑놈이라 보면 된다. 사채업도 했다. 돈이 생겨서 정치인과도 친했다. 다 죽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동생이 사는 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집을 비운지 오래였다. 몇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통화를 했다. 동생은 "우리 형님을 40년 모셨다. 모든 비밀을 다 안다. 형 따라다니면서 무고죄로, 명예훼손죄로 잡아넣는것도 봤다. 돈으로 밀어버리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1970년 당시 박회장과 일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남의 것 다 뺏어서 도둑질한거다. 제대로 번 것은 하나도 없다. 이름을 다 가짜로 고친거다. 연도를 살짝살짝 고쳐서 헤쳐먹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회장이 주로 한 일은 땅문서를 위조하는 것이었다는 주장이었다. 박회장의 사무실 토지 문서에는 다른 이의 이름도 있었다. 모 고서박물관 관장이었던 조모씨였다. 조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 그의 아들을 찾았지만 만남을 거절했다.
토지 전문가는 "이 최초의 등기가 의심스럽다. '국'이라고 되어있어야 한다. 한자로 '국'자만 있어야 한다. '나라'라고 쓴거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고 말했다. 과거 나라땅이었다가 지금 박회장의 땅이 된 문서에 당시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서와 다르게 표현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토지 전문가는 "등기부가 없던 땅이다. 남의 조상 땅을 찾아주는 일을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이) 70, 71년에 서울에 있는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회장의 땅 역시 그 당시 구입한 것이다.
70년대 당시 강남은 지금과 달리 허허벌판이었다. 손정목 교수는 '서울도시계획 이야기'를 통해 당시 강남 땅 개발에 대해 기록했다. 이 저서에 박회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박회장의 이름은 서울시 윤과장이 사용했던 차명 중 하나였다. 강남 개발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 사이에서 윤진우라는 사람은 유명하다. 서울시 도시계획 과장이었던 윤진우는 강남 유망한 땅을 사들이고 되팔면서 차익을 경호실에 바쳤다. 71년 그 돈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대선을 치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땅을 이용해 조직적인 투기가 있었다는 것. 그 비밀을 처음 공개한 이가 윤과장과 근무했던 손정목 교수이다.
박회장과 윤과장은 어떤 관계였을까. 전 박회장 동업자는 "문서 봐주고 암암리에 코를 끼웠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개인의 명의로 어느 정도 이상의 땅을 살 수 없다는 법 때문에 타인의 명의로 땅을 샀다는 윤과장. 그는 올해 초 고인이 됐다. 윤과장을 생전 인터뷰한 기자로부터 입수한 녹취에서 윤과장은 "농지개혁법에 걸리니까 남한테 이름을 빌려야 되는데 나중에는 박 누구..."라고 말했다. 기자는 "윤과장은 손 교수 책의 진위 내용에 대해 거의 다 수긍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당시 윤과장이 정치자금을 위해 사고판 땅을 어떻게 박회장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배후가 있었을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발계획과 땅 매입을 주도할만할 배후의 인물은 누구일까. 제보자는 "(박회장이) 내무부장관 했던 박경원씨 비서를 따라다니면서 운전기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경원 전 내무부장관은 박정희 정권 실세였다. 강남개발계획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 비자금 마련에도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박경원 전 장관 부인은 박회장에 대해 "오죽하면 고소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경원 전 장관이 땅 때문에 박회장과 법정다툼까지 했다는 것. 실제로 박회장 등기에는 1991년 박경원 전 장관이 가처분을 신청한 기록이 있다. 박경원 전 장관의 아들은 과거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회장이 집에 많이 드나들었다. 아버지 땅을 매입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비자금으로 조성해놓은 땅이 있는데 박회장 이름으로 되어있다. 우리 땅인데 이 사람이 준다 하면서 안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 및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 되면서 박 전 장관이 신청한 가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 땅 역시 비자금 마련을 위해 사고 판 땅 중 하나였을까.
정리하자면, 윤과장이 땅 투기로 정치자금을 조성할 당시 그 배후에 박경원 장관이있었고 윤과장은 그의 심부름꾼인 박회장 명의로 땅를 사뒀다. 박회장 명의로 숨겨뒀지만 이후 금융실명제가 시작되며 박회장이 그것이 자신의 땅이라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관련자들이 모두 사망하며 끝까지 살아남은 박회장이 최종 혜택을 누리게 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박회장 지인들은 "금융실명제 때문에 내가 이겼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몇조나 되는 국가재산을 운전기사였던 사람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박회장 사위가 지방에서 한 병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병원을 찾았고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 병원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박회장의 답장을 기다리던 제작진에게 제보가 도착했다. 박회장이 병원에 있다는 것. 사흘의 기다림 끝에 해당 병실을 찾아갔다. 8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백발의 남성, 박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박호장 토지에 관한 문서 속 위조의 흔적, 서울시 윤과장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쓴 손교수의 책, 박 전 장관 아들의 증언이 담긴 음성 파일. 박회장의 강남 땅이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게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이 땅투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박회장의 땅은 그 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윤과장이 땅을 매입할 시기가 70년 2월부터 71년 5월 사이. 박회장 역시 14채를 이 사이에 매입했다. 자신의 땅이 아니기 때문에 팔지도 임대도 주지 않는다는 의혹에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난 박회장은 자신이 박회장이 아니라고 부인하더니 이내 미리 보냈던 서면 질문지를 이미 읽어본듯 답을 속사포처럼 내놓았다. 그러나 증거를 보여달라 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박회장은 "법에 위반되면 고발할거다. 나도 당초에 SBS 주주다. 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물을 비워둔 이유에 대해 "세입자가 마땅치 않다. 세를 주면 나쁜 짓만 한다"고 말했다.
과거 박회장의 건물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은 "재계약 할 때 쯤 뜬금없이 월세를 올려달라도 아니가 '나가'라고 했다"며 일방적으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나간지 3년이 넘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도 있었다.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소송은 엄두가 안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와 소송경험이 있는 이들은 "변호사를 엄청 센 사람들을 고용한다", "소송을 170건을 했는데 하나도 진게 없다"고 말했다. 세입자들과 주종관계로 있었다는 하소연도 많았다.
그의 말대로 마땅한 세입자가 없다면 매매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박회장은 계약 성사 직전에 계약 조건을 바꾸곤 했다고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그의 태도. 전문가들은 양도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 한다. 부동산을 팔 때 얻게 되는 매매 차익에 붙는 세금으로 수익의 4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아 압류가 걸리고 소송도 불사하는 그의 태도를 볼 때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뭐 이렇게 많은 부동산이 있어?' 하고 소득에 대한 조사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세금보다 자기 정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위험이 노출될까봐 괜히 자금을 자꾸 오고 가게 하지 말자는 것 같다. 차명관리인으로 볼거냐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볼거냐. 혼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회장은 신문에 종토세 순위가 공개되고 땅부자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 당시부터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건물을 비우기 시작했다. 박회장의 과거 동료는 "당황한거다. 매스컴에 툭하면 나오니까 이 양반이 비워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위 시선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한편 박회장은 "내 재산을 두고 부러진 의혹은 나와 소송중인 자들이 퍼뜨리는 악의적 소문이다. 내 부동산은 필요에 의해 매입했고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박경원 장관과 소송한 기억이 없고 윤과장은 일면식도 없다. 문서 위조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