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노사가 최초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난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 입장 차가 여전히 큰 데다 사용자 측이 삭감안을 고수한 것에 노동자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결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10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노동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사측이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350원(4.2%) 삭감된 800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것에 대한 항의로 전날 회의에 불참했던 노측은 회의 시작 전 삭감안을 규탄하는 시민 1만1000명이 참여한 서명용지 6박스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노동자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어제 사용자단체에서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동자위원) 내부에서 복귀 여부로 오늘 아침까지 굉장한 논쟁이 있었다”며 “그러나 의사 표시는 의사 표시대로 강하게 하고 들어가 뭔가 해야겠다는 의견이 다수라 왔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위원회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사용자위원이 삭감안을 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는 최저임금제도에 반하는 것이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생명줄이 끊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사용자 안은 지난 2년간 너무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과 경제 현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고려해 절실한 심정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논의가 합리적으로 진행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전문성이 있는 공익위원들이 우리경제 현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양측은 1차 수정안을 내놨다. 노측은 최초 1만원(19.8% 인상)에서 9570원(14.6% 인상)으로 요구안을 430원(5.2%P) 낮췄다. 올해보다 1220원 인상되는 것으로, 월 환산액으로 따지면 200만130원이다. 한 노동자위원은 “요구안은 통계청 통계상 비혼단신 실질생계비(201만4955원)에 근접한 액수이며 최소 한달에 200만원의 수입이 있어야만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절박한 요구에 따른 결정”이라고 요구안 산정 근거를 밝혔다.
사측은 올해보다 2.0% 삭감된 8185원을 1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지난 2년간 급격한 인상을 원상복구하는 차원에서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측은 “전향적 안을 냈는데도 또 다시 삭감안을 냈다”며 반발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삭감안을 제시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10년 만이다.
앞으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정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결정은 11일 오후부터 이날 밤이나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질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20일가량 소요되는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의결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