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적수 사태' 19일만에 사과…여전히 "근본 원인은 몰라" 시민들은 불안

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赤水)’ 사태 19일째인 17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사과하고, 정수장과 배수장을 청소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는 명확한 원인 없이 추정만 할 뿐이어서 주민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오는 18일 붉은 수돗물과 관련한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시장은 이날 인천시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금 수돗물에서 나오는 이물질은 수도관로에서 나온 물질이 확실하다"며 "물을 계속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수도관 안의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들어 더욱 근본적인 수도관로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정수장과 배수장에 대한 정화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1단계 오는 18일까지 정수지 청소와 각 송수관의 수질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어 19일~23일에는 이물질 배출이 필요해 보이는 각 송수관에서 물을 내보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주요 배수지의 정화 작업에 들어간다.

24∼30일에는 3단계 조치로 각 송수관과 배수지의 수질을 살펴본다. 수질이 여전히 나쁠 경우에는 물 내보내기를 통한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지속한다.

박 시장은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시가 계획한 단계별 조치로 이번 주 내에는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6월 하순쯤에는 기존 수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시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붉은 수돗물 현상이 보통 일주일이면 해결된다는 경험에 의존해 사태 초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또 피해 초기에 붉은 물이 눈으로 보이는데도 수질검사 기준에만 근거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해 시민 불안과 불신을 자초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모든 상황에 대비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한 점, 초기 전문가 자문과 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했다.

박 시장의 사과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아 시민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현재 인천시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설비의 검사를 앞두고 수돗물 공급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수도관의 수압이 변해 면허 침전물(붉은 물을 만드는 추정 물질)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박 시장은 이 같은 부분을 언급하면 ‘확실’하다고만 했을 뿐, 근본 원인으로는 지목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인천시민은 "계속해서 같은 원인을 추정해서 얘기할 뿐, 명확한 원인을 한달 가까이 찾지 못한 이유는 뭐냐"고 했다. 
문제가 된 인천 서구 검암동에 사는 한 시민 역시 "시장이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내놨지만 한동안 불안한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도 인천시와 별도로 인천 붉은 수돗물와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과 청라배수지 등을 둘러보면 현장 파악에 나선다. 
이어 오는 18일 붉은 수돗물 관련 사고 원인 조사와 수돗물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지난 7일부터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정부 원인 조사단을 꾸려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에 대한 원인을 조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