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마친 손흥민(27·토트넘)의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독일 축구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는 22일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선수 50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손흥민을 33위로 뽑으면서 시장가치(예상 이적료)가 8000만 유로(약 1052억원)나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흥민의 시장가치는 지난해 12월 6500만 유로(약 855억원)에서 6개월 만에 200억원 가까이 올랐다.
손흥민은 2018~19시즌 20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손흥민의 몸값은 리버풀의 피르미누·알리송과 비슷한 수준이다. 요즘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아약스의 수비수 마테이스 더리흐트보다는 몸값이 500만 유로가량 비싸다. 시장가치 1위인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맹·2631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의 격차를 1000만 유로(약 131억원)까지 좁혔다.
손흥민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그를 가르친 아버지 손웅정(57) SON 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의 교육 방식도 주목을 끌고 있다. 손씨는 21일 tvN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을 통해 “의붓아버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흥민이한테 혹독하게 대했다”고 털어놨다.
손씨는 아들의 모교인 춘천 부안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아보며 “당시에도 맨땅이었는데, 여기에다 매년 소금 100포 이상을 뿌렸다. 겨울에는 눈이 빨리 녹고, 여름에는 땅이 푸석푸석해져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드리블 훈련을 위해 발을 컴퍼스처럼 돌려가며 운동장에 원을 그렸다. 축구화가 빵꾸(구멍) 나서 양말이 튀어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손흥민도 이 프로그램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것)을 하면서 운동장 세 바퀴를 돌았다. 왼발로 한 바퀴, 오른발로 한 바퀴, 양발로 한 바퀴를 돌았다. 공을 떨어뜨리면 두 바퀴를 돌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함께 훈련했던 형 손흥윤씨는 “아버지가 우리를 향해 공 10~20개를 슈팅하듯 찼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너무 호되게 혼낸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독일 함부르크의 마르첼 얀센(34·독일) 회장은 지난 4월 영국 더 선과의 인터뷰 당시 “우리 팀의 훈련을 정기적으로 지켜보면서 펜스 뒤에서 공을 던져주던 미스테리한 남자가 있었다. 알고 보니 손흥민의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009년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했는데, 당시 손씨는 옆 모텔에 투숙한 뒤 매일 아들과 똑같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지금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인 손씨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면서 어떤 운동이 흥민이에게 좋을까 연구한다. 아들에게 시키기에 앞서 내가 먼저 그 운동을 해보는 것인데 결국 내 몸을 갖고 임상시험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손씨는 28세의 나이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다. 1988년 현대 소속이던 손씨는 강원도 삼척 전지훈련 도중 팀을 이탈했을 만큼 ‘이단아’ 기질을 보였다. 당시 손흥민의 어머니가 만삭의 몸으로 남편의 훈련장을 찾았는데, 당시 뱃속에 든 아이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씨는 처음에는 둘째 아들 손흥민이 축구하는 걸 반대했다. 손씨는 “흥민이에게 두 번이나 물었는데 하겠다고 하더라. 자식이 하고 싶어하니 정말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손흥민은 지난 2일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때도 아버지 손씨는 아들을 감싸 안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아버지 손씨의 뒷바라지가 오늘의 손흥민을 있게 한 셈이다.